"역대 최고 난이도"…글로벌 IB 3곳이 SK온 투자유치 맡은 이유[차준호의 썬데이IB]

입력 2024-03-20 17:59   수정 2024-03-21 16:12

이 기사는 03월 20일 17:5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투자유치 거래에서 글로벌에서 가장 수수료가 비싼 투자은행(IB) 세 곳이 투입된 사례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딜이라는 얘기죠."(한 사모펀드(PEF) 관계자)

SK온이 조단위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관사 선정을 마쳤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전기차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걷혀가는 상황에서 작년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해야하는 숙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이른바 '11번가 사태'로 국내 출자자(LP)들의 SK 투자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사실상 해외 큰 손을 모셔와야 하는 난제도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SK온이 글로벌 IB 3곳을 주관사로 모신 이유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온은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간 세 곳을 공동주관사로 선임하고 투자 유치 절차를 본격화했다. 목표 금액은 업계에서 거론됐던 2조원에 다소 못미치는 1조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IB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벌지 브래킷(bulge bracket)으로 꼽히는 곳들이 일을 맡았다. 경영권이 오가는 대규모 바이아웃 거래가 아님에도 그룹 차원에서 그만큼 가용 자원을 총동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이번 투자유치가 '역대급 난이도'라는 점을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SK온은 2021년 12월부터 수차례 유상증자와 차입, 지분 투자 유치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마련해왔다. 작년에는 한국투자증권프라이빗에쿼티(한투PE) 컨소시엄과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부터 2조30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받았다. 현대자동차에선 2조원을 장기 차입했고 작년 10월 창사 후 첫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총 8조3100억원을 끌어모았다.

숨가쁜 자본조달에 나섰지만 본격적인 이익 구간에 오르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SK온은 지난해 5818억원 손실을 거뒀다. 증권가에선 올해 상반기도 7000억원 내외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21조원을 넘긴 상황에서 올해 설비 투자금액은 7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6조7869억원보다 늘었다.

앞선 재무적투자자(FI)들과 맺은 조항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한투PE 컨소시엄과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당시 SK온의 기업가치를 22조원으로 평가해 투자했다. 이번 거래에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22조원보다 높은 금액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이로 인한 배터리 수요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신규 투자자들이 기존 투자자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위험방지조항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SK온은 지난해 투자한 한투PE와 MBK컨소시엄 측에 2026년까지 회사를 상장하고 이때까지 상장에 실패하면 투자금을 되돌려주거나(콜옵션) 투자자들 주도로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SK온 지분까지 매각할 수 있는 조항(드래그얼롱)을 보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SK스퀘어가 자회사인 11번가 투자사와 국민연금에 약속한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SK그룹과 체결한 '콜옵션 + 드래그얼롱'에 대한 실효성을 둔 의구심이 자본시장에 확산됐다. 새로운 투자자 입장에선 더 강력한 수준의 위험방지책을 요구할 가능성도 커졌다. 문제는 기존 투자자들과 SK온이 체결한 약정이다. 새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위험방지조항을 보장해주면 기존 투자자들에게도 같은 조항을 보장해주도록 합의했기 때문이다.

11번가 사태로 사실상 국내 출자자(LP)들이 SK그룹 투자를 꺼려하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국내 최대 LP인 국민연금의 투자 원금을 보장해주지 못한 상황에서 대다수 LP들이 SK그룹 투자를 재개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국내 LP로부터 대부분 출자금을 받는 토종 PEF들은 사실상 이번 투자를 검토조차 못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SK그룹이 다수의 글로벌IB를 선임한 배경도 글로벌 PEF 등 해외 LP가 출자한 투자자를 찾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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